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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4개관 공연전용 멀티플렉스 대학로 JTN 아트홀 개관!
웃음과 감동의 무대를 만나보세요!

3관>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

4관> 뮤지컬 락시터

절찬 상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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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음식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으로 먹은 것이 다 소화되고,
집에 가서 다시 저녁을 먹기도 애매할 때 ...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동네 어귀에 있는
떡볶이와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입니다.
넉넉한 인심을 가진 아주머니가 혼자 하시는 작은 가게라
편한 마음으로 들러서 요기를 때울 수 있습니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들어가기 위해
단골손님 한 사람이 분식집에 들어섰습니다.
김밥 한 줄을 시키자 역시나 김밥에 떡볶이와
오뎅이 서비스로 함께 나왔습니다.
아주머니는 단골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서 덤을 줍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아주머니도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손님과 아주머니가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 둘이 가게로 들어섰습니다.
"떡볶이하고 오뎅하고, 튀김, 김밥 오백 원어치 주세요!"
'오백 원어치로 그렇게 여러 가지를 살 수 있나?'
손님이 신기한 눈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단골손님에게 눈웃음을 보내고는
커다란 봉지에 종류대로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천 원치도 더 되는 양을 담으며
아이들을 향해 아주머니가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순대는 안 필요하니?"
"참, 순대도 사오라고 하셨어요!"
"그래. 그럴 것 같더라. 자!
오백 원치는 너무 많으니까 다음에는 삼백 원치만 사가라!"
"어휴. 너무 많다. 누나. 다음에는 삼백 원치만 사가자!"
어린 누나와 더 어린 남동생은 오백 원어치의
분식을 힘겹게 들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부모 없이 할머니하고 사는 아이들이에요.
가끔 분식을 사러오는데
내가 뭐 다른 거로는 도와줄 게 있어야지.
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뿐이니 어떻게 하겠어요?
있는 걸 줘야지……."

『위로』
(김홍식 지음 | 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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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접는 남자

그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만 착한 일을 하게 돼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끼어드는 사람들에게 모두 양보해줬어요.
서둘러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요....
그리고 어제는 회식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는데
지하도에 앉아 있는 걸인에게 만 원이나 적선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건
순전히 그녀, 손가락이 유난히 희고 긴… 그녀 때문입니다.
딱 한 번 그녀의 손을 잡아본 적이 있어요.
지난가을, 그녀가 처음 등반 모임에 나온 바로 그날이었어요.
산악 동호회 사람들하고 지리산 등반을 하려고 모였는데
오프라인상으로 처음 보는 회원인 그녀가 나왔습니다.
바로 그 전날 장만한 듯 보이는 주름 잘 잡힌
등산복 차림을 하고선 어색하게 서있었죠.
"그냥 무작정 오르고 싶다는 생각에 나왔어요.
잘 부탁합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자기소개를 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그날 등반은 초보자인 그녀에게는 너무 무리였어요.
사실 그녀의 상태는 뒷산도 못 올라갈 실력이었거든요.
그래서 험한 곳을 오를 때마다 몇 번 손을 잡아 도와줬는데…
아마 그때인 것 같아요.
그녀가 무작정 마음속으로 들어와버린 게…
그 이후로 혼자 쭉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이 외로운 사랑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미뤄온 고백을
화이트데이를 맞이해서 남자답게 근사하게 할 생각입니다.
사실은 동호회에서 그녀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수진 씨한테
그녀 마음을 살짝 떠봐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랬더니 남자로서 매력 있다고 했대요.
그 대답을 들은 순간부터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그녀에게 어떤 선물로 마음을 전하면 좋을까 하고요.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돈 주고 산 장미가 아니라 직접 만든 장미를 백 송이 선물하자.
그래서 지금 여동생에게 배워 종이 장미를 접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내 모습이 나도 낯섭니다.
그리고 우스꽝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그녀를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유치한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한 송이만 더 접으면 백 송입니다.
마지막 한 송이를 접기 전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워야겠습니다.
저 아래 깜깜한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보이네요.
아마 이 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나도 저럴 날이 멀지 않은 걸까요?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생에 가장 멋진 고백의 말을 준비하라고.
그리고 종이꽃처럼 시들지 않는 사랑을 만들어가라고…

『사랑이 사랑에게』
(최숙희 지음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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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한동안 감기를 앓았습니다.
일교차가 커지고, 환절기가 되니까
아무래도 우리 몸의 방어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뉴스에서도 이야기하던 무렵이었습니다.
이틀은 간단한 약을 먹으면서 견뎠지만
그대로 두면 더 약화될 것 같아서 병원엘 갔습니다.
진찰실의 의자에 앉으니까
의사 선생님이 불쑥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감기에 걸려 찾아온 환자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을 보며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의사 선생님은 진찰을 마치고
처방전을 적어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감기에 걸려 아프기 전에는
절대로 쉬지 않기 때문에 드린 말씀입니다.
아프기라도 해야 쉬다니 참 안타깝지 않습니까?
신이 좀 쉬엄쉬엄 살라고 감기를 보내주셨으니까
좀 천천히 사시고, 이번 기회에
마음이 좀더 평화로워지시면 좋겠습니다."
듣고보니 참 의미 깊은 축하였습니다.

* * *

정말 우리들은 아파서 눕기 전에는 잘 쉬지도 못합니다.
쉴새없이 일을 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듯
너무 바쁘게 살아갑니다.
정말 쉴 새도 없이 일을 해야만
우리의 삶이 유지되는 걸까요?
감기라도 앓을 때라야 비로소 약을 먹고 깊이 잠들고,
그런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말 생존에 필요한 일 외에는
접어두고 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기를 앓을 때가
어쩌면 삶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쉴 수 있는 기회,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으로 눈길을 주는 기회,
조금 더 겸손해지는 기회,
그리고 몸을 청소할 수 있는 기회…….

『나를 격려하는 하루』
(김미라 지음 |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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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인 입장

어느 시골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머니가 간호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항의 편지가 병원장 앞으로 왔다....
병원장은 그 편지를 간호과장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 편지 좀 잘 읽고 처리해 주세요."
편지를 읽은 간호과장은 흥분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편지에 대한 공격과 방어에만 몰두했다.
약 2주일 동안 편지를 분석하는데 보낸 그녀는
이윽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답장을 썼다.
환자들 불평의 대부분이 이해 부족이나
오히려 환자 가족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답장을 보내기 전 병원장에게 그것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이를 읽어 본 병원장은 덤덤하게 말했다.

"우선 이 편지를 박박 찢으세요.
그런 다음에는 지갑에서 25달러를 꺼내
꽃집으로 가서 꽃을 사세요.
꽃을 샀으면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가세요.
가서 그녀와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꽃을 선물하세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일을 하세요.
이게 내가 원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에요."

간호과장은 눈앞이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집착했던 것은 오로지
간호사들이 우울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러므로 불에다 기름을 더 붓는 식에
지나지 않는 해결책만 내놓았던 것이다.

요즘처럼 다툼이 빈번한 시대에
고객의 불편을 조사해서 분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쪽 가능성에만 집착하도록
우리의 시각을 가둔다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다른 방법을 차단하는 셈이다.
손바닥만한 시골동네에 간호과장이 다녀가고 난 뒤
동네 전화가 얼마나 바빠졌을지 상상해보라.
"누가 나한테 꽃다발을 들고 왔는지 맞춰볼래?
아마 말해도 안 믿을 걸!"

혼비백산할 만큼 당혹스런 문제를 만나거든
자신을 향해 물어보자.
어떻게 하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우리가 보다 넓은 시각을 갖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바보는 변했다고 하고 현자는 변하자고 한다』
(데이비드 바움 | 더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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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나르는 수레

부엌에는 쌀이나 생선, 야채 따위의
먹을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바퀴벌레도 숨어 있고, ...
푸성귀에 붙어온 배추애벌레나
달팽이 같은 놈들도 꾸물대며 살고 있다.
며칠 전, 동창이 훤히 밝았는데도
나는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고 있었다.
"여보, 이것 좀 와서 봐요!
밥을 지으러 먼저 일어난 아내가 부엌에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또 바퀴벌레라도 나와서 호들갑을 떠는 줄 알았다.
무슨 벌레 같은 것이 등장하면
그걸 잡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가니,
아내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미나리 한 잎을 내 앞으로 쑥 내밀었다.
"아니, 이 생미나리를 날 보고
씹어 먹으라는 거요, 뭐요?"
"그게 아니니까 자세히 좀 봐요."
미나리 잎을 받아들고 들여다보니,
푸른 잎사귀 끝에 애기 손톱만한
달팽이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아내가 명령하듯 말했다.
지금 곧 아침산책 나갈 거지요?
요 꼬마달팽이 좀 풀숲에 놔주고 오세요."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꼬마달팽이가 매달린 미나리 잎을 들고
20분 거리에 있는 토지문학동원 숲을 향해 걸어갔다.
내 뒤통수에 대고 "잘 모시고 가세요!" 하는
아내의 말을 명심하고 걸어가면서,
나는 속으로 우쭐해져서 중얼거렸다.

'그래, 오늘 나는 생명을 나르는 수레야!"

『아주 특별한 1분』
(고진하 지음 | 조화로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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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에 관하여

인생에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는 여유와 기품을 갖추고 행동해야 한다.
물론 손동작은 어떤지, ...
앉아 있는 모습은 괜찮은지,
미소가 어색하진 않은지
매순간 전전긍긍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육체도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타인이 그것을 통해
무의식적으로나마 말을 넘어서서 표현하려는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여유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끔 불안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바른 자세를 통해
평정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육체적인 기품은 겉모습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기품은 우리가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는 방식을 존중하는 데서 온다.
바른 자세가 불편하더라도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어려우니까 진짜다.
품위는 순례자의 길을 여유롭게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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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

'두고 보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적당히 미루면서 살았습니다.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두고 보자',...
자식을 장가 보낼 일도 '두고 보자',
울타릴 고칠 일도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몹시 추워져
마을로 내려온 족제비가 울타리 구멍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닭장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집주인인 '두고 보자'가 발견했습니다.
그는 잽싸게 뛰어나가서 족제비와
눈을 맞추고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놈, 우리집에 들어오기만 해봐!"
족제비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울타리 구멍을 통과해 닭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인 '두고 보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족제비 이놈, 닭장에 들어가기만 해봐라."
족제비는 이제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닭들을 잡기 위해 뛰어 다녔습니다.
"저런 겁 없는 놈을 봤나?
우리 닭을 물고 가기만 해봐라."
그러나 족제비는 닭의 목을 물고
울타리 구멍을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족제비가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은 씩씩대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런 나쁜 놈 같으니!
다시 나타나기만 하면 두고 보자."

* * *

"나에게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일에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오늘을 위안했다.
그런데 내게 닥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일에 희망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일생이었다."
죽음을 바로 눈앞에 둔 어느 노인이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글입니다.
그대도 그런 모습일지 모릅니다.
모든 것을 오늘에 걸지 않고 내일로 미룬다면
그것은 자신의 일생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는 일입니다.
오늘을 버리면 당신에게는 내일도 없습니다.

진정한 욕구 없이는 진정한 만족도 없다.
- 볼테르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펼쳐보는 행복 정거장』
(박성철|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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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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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중국 허난성 루오양 시 교외에 구어팡조 씨와
마음씨 착한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농부인 구어팡조 씨는 우물에서 일을 하다가...
깊이가 18미터나 되는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를 다친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구어팡조 씨는 여러 날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고,
결국 식물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아내 주원샤 씨는 남편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슬픔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다시 깨어날 거라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남편과 결혼한 그녀의 뱃속에
아이까지 자라고 있었기에
절망보다는 희망이 먼저 그녀의 가슴속으로 걸어들어왔다.
주원샤 씨는 남편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더할 수 없는 사랑으로 남편을 간호했다.
그녀는 따뜻한 물로 움직일 수 없는 남편의 몸을
매일같이 씻어주고 마사지해주었다.
때론 슬픔을, 때론 기쁨을 남편에게 말했지만,
남편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쩌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함을 떨치려고 아픔을 거듭했지만
남편은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주원샤 씨가 방에 들어갔을 때 놀랍게도
남편이 두 눈을 뜨고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의사조차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구어팡조 씨는 오래 전에
불렀던 노래들을 아내와 함께 불렀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도 있었고,
2 더하기 3은 5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것은 분명한 기적이었다.
그가 몇 년 만에 깨어났는지를 들은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남편 구어팡조 씨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23년 만이었다.
20대의 푸르른 시절에 잠이 든 구어팡조 씨는
50살이 돼서야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 고귀한 사랑을 옆에서 본 사람들은 말했다.
남편이 깨어나 자기를 알아볼 거라는 한 가지 희망으로
23년의 세월을 바친 아내의 사랑이 하늘을 감동시킨 거라고.
아내 주원샤 씨의 곱던 얼굴엔
세월이 나무 등걸처럼 주름져 있었다.
웃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환한 그녀의 얼굴 위로
아픈 세월이 햇살처럼 부서져 내렸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게 변해간다고 하지만
사랑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사랑이다.
슬픔과 어깨를 걸고 봄을 기다릴 줄도 아는 게 사랑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세월을 견딜 수 있다.

『연탄길2』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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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냥의 악순환

가난하지만 늘 행복에 젖어 있는 왕의 이발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직업에서, 가정에서
그만이 느끼는 행복이 있었습니다....
매일 왕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푼돈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하지만
더 가지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늘 행복했습니다.
왕은 그런 이발사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자네의 얼굴은 항상 기쁨으로 빛나고 있네.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나도 갖기 힘든 그 행복의 비결은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지금이 만족스러울 뿐입니다."
왕은 대신들을 모아놓고 물었습니다.
"그 가난한 이발사가 행복한 비결은 무엇인가?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행복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한 현명한 대신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99의 악순환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게 무슨 뜻이오?"
"왕께서는 그것의 악순환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고 계십니다.
오늘 그 이발사의 집에 금화 99냥을 몰래 넣어주십시오.
그러면 99의 악순환에 대하여 설명해 보이겠습니다."
왕은 그날 밤 신하들을 시켜
이발사의 집에 금화 99냥을 갖다놓았습니다.
그 다음날, 이발사는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주 많은 양의 금화가 갑자기 생겨서 기뻤지만
99냥이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돈이 생긴 이발사는 결심했습니다.
금화 1냥을 더 채워서 꼭 100냥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발사가 만져본 것은 푼돈뿐,
그 푼돈으로 금화 1냥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심한 끝에 이발사는 하루는 먹고
하루는 굶는 생활을 반복하기로 했습니다.
어느덧 금화 1냥을 채워야 한다는 집착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이발사의 어깨는 처지고
얼굴에는 그늘이 지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활기도 없어지고 마음이 늘 불편해서
이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왕이 물었습니다.
"왜 그러는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던 자네가
그런 슬픈 표정을 짓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발사가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99의 악순환에 꼼짝없이 걸려든 희생자입니다."

.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혹 수단
가운데 하나는 투쟁에 대한 유혹이다.
- 프란츠 카프카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펼쳐보는 행복 정거장』
(박성철|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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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했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 헤르메스미디어)(사진 | 김용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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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남자 꼬마가 하느님에게 물었다.
"1만년이 하느님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인가요?"
하느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마치 1분과 같단다."
꼬마는 다시 물었다.
"백만 달러는 하느님에게 얼마나 되는 돈인가요?"
하느님은 답했다.
"1달러와 같단다."
꼬마는 계속 물었다.
"그럼 나에게 백만 달러만 줄 수 있으세요?"
하느님이 답했다.
"당연히 줄 수 있다.
대신 넌 내게 1분을 주어야 한단다."

* * *

어떤 것이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든 물건에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슈퍼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가면
점원은 당신에게 가격을 말하며 봉투에 넣어줄 것이며
당신은 계산을 끝내야 그것들을 집에 가져와 저녁을 준비할 수 있다.

마음속의 바라는 것들을 하나하나 저울에 올려놓게 되면
다른 한 쪽에는 당신이 그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치러야할 대가의 수치가 나와 있을 것이다.
저울이 평행을 이루면 당신은 그것들을 가질 수 있다.
가끔은 그 대가들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목적한 바가 무엇이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공평하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면 된다.
다만 그것을 얻기 위해 대가만 지불한다면 말이다.

『人生사계』
(자오유얼 지음 | 달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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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내 인생 포트폴리오의 한 페이지

요즘을 가리켜 이구백 시대라고 하더군요.
'이'십대 '구'십 퍼센트가 '백'수라는 거죠.
삼일절, 삼십일 세면 취업길이 막혀 절망하는 시대....
청백전, 청년 백수들의 전성시대.
이렇게 괴상한 신조어가 많은 것을 보면 힘들긴 힘든 세상이에요.
그러나 지금 백수라고 영원한 백수 하라는 법은 없어요.
당신은 지금 '인생 내공'을 쌓는 특수훈련 중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냉정하게 자신을 세상에 내던져 보세요.
3D 업종이라도 도전해 보는 거예요.
뻥 뚫린 대로나 지름길이 아닌 꼬불꼬불 오솔길이
인생의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힘든 일부터 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이 생겨요.
영화 '왕의 남자'로 한류스타에 등극한 배우 이준기도
무명시절에는 막노동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하네요.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김기덕 감독은
오랫동안 공장 근로자로 일했고요.
구두닦이를 했던 가수 MC몽, 가스 배달을 했던 가수 임창정 등등,
많은 이들이 가슴에 꿈을 품은 채 인생의 내공을 쌓아나갔어요.
성실한 노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을 포기하는 게 부끄러운 것!
엑스레이 찍을 시간에 벌떡 일어나 내일을 준비하세요.
방바닥에 누워만 있으면 정신까지도 시들시들해져요.

20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위해 칼을 가는 시기라지요.
그 칼은 재능이 아니라, 바로 노력입니다.

『행복멘토 최윤희의 희망수업』
(최윤희 지음 | 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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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꽃씨

선생님은 따뜻한 봄이 되면 학생들에게 꽃씨를 나눠주었다.
"이 조그만 꽃씨 안에는 꽃과 줄기와 잎이 들어 있고,
이 씨앗을 닮은 씨앗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현재 속에 미래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씨앗 속에 꽃이 들어 있듯
현재 속에는 미래의 꽃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씨앗을 땅에 심지 않고 두면 말라서 죽는 것처럼
현재의 시간들을 우리 마음속에 정성껏 심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꽃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겁니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교실 옆에 있는 햇볕이 잘 드는 화단에
꽃씨를 심었다.
그리고 물을 흠뻑 주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표찰을 화단 앞에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싹이 나오든 안 나오든,
예쁜 꽃이 피어나든 그렇지 않든
이 시간 이후 이 씨앗들의 운명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선생님은 머지않아 이 화단을 수놓을 꽃들을 통해
여러분이 내일을 배워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연탄길2』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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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삶을 빼앗긴 사람들이 낙엽처럼 거리를 뒹굴었다.
밤이 되면 서울역 지하도엔 많은 노숙자들이 모여들었다.
두꺼운 종이상자를 바닥에 깔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고,...
신문지 몇 장을 이불 삼아 머리까지 덮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쓰러진 술병 옆에서 잔뜩 웅크린 채 코를 골았고,
담배 연기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때에 절은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선한 얼굴의 아이 엄마가 있었다.
그녀에겐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와
그보다 어린 아들이 있었다.
엄마는 잠든 아이들에게 자신의 외투마저 덮어주고는
조그만 몸을 나뭇잎처럼 떨며 찬 바닥에 누웠다.
어떤 날은 담요 밖으로 눈만 간신히 내민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어주기도 했다.
하루는 어린 딸이 까칠한 얼굴로
엄마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컵라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엄마, 나 배고프지 않아. 엄마도 먹어……."
아이는 자기 그릇에 있던 라면을 엄마에게 덜어주고 있었다.
엄마의 라면 그릇에선 하얗게 김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엄마의 그릇 속엔 라면 대신
뜨거운 물만 가득 담겨 있었다.
어린 딸이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는 라면을 먹는 척하려고
뜨거운 물만 담아놓았던 것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의 그릇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고개 숙인 엄마는 울고 있었다.
어린 딸의 두 눈에도 눈물방울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사나운 겨울,
어두운 지하 콘크리트 바닥에서
봄꽃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었다.

머지않아 봄은 올 것이다.

『연탄길1』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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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명함

어느 공군 사단장은 '도넛 사단장'으로 유명합니다.
전입해오는 신병들을 사단장이 일일이 직접 만나서
악수를 나누고 그들에게 도넛을 사준다고 합니다....
장군과 사병이 도넛처럼 둥근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신병을 만나 격려하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신병들과 헤어질 때는 반드시 명함을 건네준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을 건네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게.
24시간 전화를 받으니까." 하고
간곡히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신병에게는 그 명함 하나가 얼마나 든든했을까요.

이런 글이 적힌 명함을 받아본 적 있으신지요?
'차비가 떨어졌을 때 꼭 전화하세요.'
'해결 안 되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해.'
'즐거울 때 말고 어려울 때 이 명함의 전화번호로 전화해.'
'길을 가다가 갑자기 지갑을 잃어버렸다거나
위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
'술 많이 마셔서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전화해.'
사단장이 건넨 명함처럼
어려울 때 연락하라고 받은 마음이 있어서
우리는 또 힘든 날들을 견딜 수 있겠지요.
누군가에게 명함을 건네며 "즐거울 때 말고
힘들 때 전화해."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격려하는 하루』
(김미라 지음 |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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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 다녔다.
나도 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할아버지 한 분을 시작으로
중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다.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다.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덩치로 우리 대열에 끼어들자
맨 먼저 와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 나갔다.
청년은 비를 맞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보았다.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하셨다.
"젊은이, 세상이란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다.
한 사오 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우산 5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나더니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그리곤 말했다.
"세상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로 갔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 하고 말한
할아버지만이 한참 동안을 고개 숙이고 계시더니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다.

『보시니 참 좋았더라』
(생명의말씀사)(사진 | 주동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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